|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4 | 5 | ||
| 6 | 7 | 8 | 9 | 10 | 11 | 12 |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 27 | 28 | 29 | 30 |
- 고양이응급상황
- 고양이후지마비
- 치어
- 미야
- 고양이결석
- 고양이카테터
- 고양이
- 칼슘옥살레이트
- 아지사랑보호소
- 입트영
- 고양이세동이염
- 고양이가 뒷다리를 못쓸때
- 코숏
- 래브라도리트리버
- 방광염항생제
- 오동
- 아깽이
- 삼분기염
- 고양이초음파
- 고양이혈전색전증
- ipadpro
- 고양이 위장병
- procreate
- 골든타임이 있는 고양이 질환
- 수초어항
- 파스텔삼색
- 턱시도고양이
- 고양이혈뇨
- 램프아이
- 응급상황 #혈전색전증에 쓰이는 약
- Today
- Total
하제의 다락방
추억 본문
용문산 아랫자락의 작은 마을에는 아버지 친구분의 처갓집이 있습니다.
포도밭 옆에 자리 잡은 그 곳은 제 어린 시절의 보석이기도 합니다.
100미터 정도 걸어가면 처음 수영을 배운 개울이 있고 집 뒤에는 똥 개 두 마리와 작은 복숭아나무가, 뒷산에는 가재, 논두렁엔 개구리가 가득했던 그 곳.
동물을 좋아하던 저는 특히 외양간에 자주 들락날락거렸습니다. 암소가 송아지를 낳았던 날에는 외양간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툇마루에 덩그라니 놓여있던 요강은 푸세식 화장실을 무서워하던 저를 위해 할머니께서 준비하신 것입니다. 파란 새벽, 잠에 취해 요강에 앉으면 소름 돋는 한기에 잠이 확 깨곤 했습니다.
겨울에는 아궁이 불에 데워진 방에서 그 집 손자손녀들과 내복바람에 땀을 뻘뻘 흘리며 술래잡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문득 시집장가를 간 언니오빠들이 보고 싶어집니다.
할머니는 용문산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셨습니다.
봄이면 나물을 캐어다 팔고 여름엔 과일과 옥수수, 겨울엔 군밤과 번데기를 파셨습니다. 시장에는 없는 게 없었습니다. 아저씨들이 꿀꺽 삼키며 좋아하시던 도룡뇽 알, 몸에 좋다는 왕지네, 개구리튀김 뱀..등등..
나물을 캐러 산에 가시는 할머니를 따라 나섰을 때 할머니가 해주신 소쩍새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시어머니에게 구박받던 며느리가 죽어 귀신이 되어 운다는 이야기. 적막이 흐르는 깊은 산에서 소쩍새의 울음만이 구슬프게 들렸고 할머니는 묵묵히 나물만 캐셨죠. 저는 지금도 가끔 안개 낀 깊은 산속을 헤매는 꿈을 꿉니다.
토끼를 잡겠다며 산에 가서 땡땡 얼어들어온 기억, 개구리 구워먹던 기억. 밥시간도 잊은 채 개울서 놀던 기억...
참 그립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그곳을 찾았을 때 뵌 할머니는 귀가 안 들리셨습니다.
아저씨들은 사냥을 자주 가셨습니다. 언젠가는 총에 맞은 참새를 휴지에 싸서 대성통곡을 한 적도 있습니다. 왜 죄 없는 생명을 죽였을까요.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제가 가재를 잡을 때와 비슷한 재미였을까요?

아궁이는 색다른 놀이터였습니다.
제 여동생은 저와 아궁이 앞에서 놀다 덴 흉터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 캄캄한 어둠에 휘두르면 스타워즈에서 나오는 레이저 총이 따로 없었지요. 불이 꺼진 후 아빠의 라이터를 가져다 손으로 몇 번 문지르고 아궁이에 갖다 대면 아궁이에서 반짝반짝 하는 빛이 나타났습니다.
언젠가 불을 쬐러 나왔을 때 아궁이 옆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는 송아지와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어린 생명체만이 갖고 있는 순수함에 저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 커다란 눈망울과 긴 속눈썹을, 까만 눈에 비친 타닥타닥 타는 장작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미 세상에 찌들어 나쁜 생각으로 가득한 저는 그때로 돌아가 그 순결한 눈동자를 다시 한 번 마주하고 싶습니다. 그때를 되돌린다면 마치 성수에 손을 담그듯 세상의 모든 때가 벗겨질 것만 같습니다.
어른이 된 후 그리움을 달래려 찾아간 그곳은 별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담배를 좋아하시던 할아버지께서는 하늘의 별이 되어계셨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렇게 기억을 끄집어내어 한바탕 글을 쓰고 나면 기억이 소진되어 버리는 것을 느낍니다. 아마도 글로 나타나는 기억의 조각들이 구체화되고 약간의 가식이 보태어지면서 본래 가지고 있던 몽환적 장치들이(내 머릿속에만 있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아니면 본래 기억이라는 것이 자꾸 떠올리려 애쓰다보면 바닥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